종원이 봉주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서자 역시 복층구조로 되어있는 방안에는 원형테이블이 넉넉한 공간으로 안쪽과 바깥쪽으로 하나씩 놓여있었고 원형테이블을 중심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한창 게임에 열중이다가 봉주를 따라 들어서는 종원을 흘낏 한번 바라볼 뿐 이내 자신들의 게임에 다시 빠져들었다. 위층에도 테이블이 놓여있는 듯 몇몇 사람들이 둘러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방안에도 건장한 청년들이 각자 테이블 뒤편에 서있었는데 그들은 방안의 분위기조성과 게임하는 사람들의 잔심부름이나 돈을 칩으로 바꾸어주거나 다시 칩을 돈으로 바꾸어주는 역할들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종원이 지갑을 열어 세형이 송금해 준 오백만원을 봉주에게 건네주자 봉주는 씩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얼마요?"
하고 나직이 물었다.
"오백."
종원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돈 많네?"
하고 봉주도 장난 끼 가득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종원이 건네준 수표를 다시 청년에게 건네주며
"오백이란다."
했다.
"예,"
하고 청년은 허리를 굽히며 두 손으로 깍듯이 예를 갖춰 수표를 건네받고는 구석진 곳으로 가 금고를 열어 제각기 다른 색의 플라스틱 칩들을 꺼내 담은 나무상자를 들고 와 봉주에게 내밀었다. 봉주는 그것을 받아 종원 앞에 내보이며
"흰 것은 만원이고 노란 것은 십만원이고 빨간 것은 백만원이요. 선수헌티 다른 설명은 필요없겄지라?"
하고 다시 장난 끼 가득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종원은 실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봉주는 종원을 안쪽의 테이블로 데리고 갔다. 안쪽의 테이블에서는 네 사람이 카드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안경을 쓴 반백의 남자와 역시 안경을 쓴 작은 키의 남자와 짙은 청색의 정장을 한 깡마른 남자와 마동식이 앉아있었다. 막 한판이 끝났는지 테이블 한가운데에 첫 베팅의 기준이 되는 검은색 플라스틱 칩 하나만이 놓여 있었고 제각기의 자리 앞으로 흰색과 노란색과 붉은색 칩들이 놓여있었다. 종원을 데리고 간 봉주는
"네 분이 하시려니께 좀 빡빡 하시지라. 포커는 다섯이서 해야 패 쪼이고 베팅하는 맛이 나지라. 오늘부터 우리 단골 되시기로 한 분이니께 한게임 같이 해보시오."
하고 너스레를 떨며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에게 종원을 소개했다. 테이블에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던 사람들이 종원을 올려다보았다. 카드를 섞고 있던 반백의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어서 오세요."
하고 습관적인 투로 인사말을 던지다가 카드를 가지런히 모아 샤프를 하면서 걸치고 있던 안경너머로 종원을 올려다보더니
"키도 훤칠하고 미남이시네."
하고 친근감을 나타내보이자
"전문가 아뇨?"
하고 작은 키에 배가 볼록 튀어나온 채 역시 안경을 낀 남자가 혼자 말처럼 툭 내뱉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종원은 특유의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봉주는 마동식의 맞은편에 놓여있던 의자를 끌어당기며 종원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종원이 의자에 앉자 맞은편에 앉아있던 마동식이 고개를 숙인 채 종원을 흘낏 보고는 턱을 쓸었다. 애써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면서도 종원을 살피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패를 섞던 반백의 남자가
"여기 처음이라고 했소?"
하고 물었다.
"예."
종원이 다시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 장이요."
하며 반백의 남자는 자신의 소개를 종원 앞에 카드 한 장을 놓는 것으로 대신했다.
"예. 박종원입니다."
종원은 가명을 사용할까하다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마동식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어보이면서도 종원의 이름을 기억해두려는 것 같았다. 종원은 그런 마동식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봉주는 테이블 뒤로 물러나 팔짱을 끼고 섰다.
"그래요. 다른 분들은 게임하다 자연히 서로 통성명들 하기로 하고..."
하며 반백의 남자는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앞으로 제각기의 카드들을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