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카드가 왜이래?"
반백의 남자가 ''끙!''하고 신음 같은 한숨을 내쉬더니
"완전히 그림 따로 숫자 따로구만"
하고 투덜거리며 노란색 칩 하나를 내던졌다.
"우는소리하면서도 때리고나오는 거 보니까 좀 수상하구만. 어디 콜만 해보자고."
하고 키 작은 남자가 노란색 칩 둘을 밀어 넣으며 콜을 했다. 마동식이 그런 두 사람을 흘낏 보더니 혼잣말처럼
"언제부터 중계방송까지 해가면서 게임하기로 했어? 그냥 조용히들 하자고."
하며 노란색 칩 둘을 내던졌다. 반백의 남자와 키 작은 남자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K5 풀하우스를 쥔 종원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노란색 칩 둘을 밀어 넣었다. 종원의 뒤에 서서 종원의 카드가 K5 풀하우스의 카드라는 것을 알고 있는 봉주가 티내지 않게 고개를 갸웃했다. 깡마른 사내는 그런 종원은 아랑곳 않고 낮은 쉰 목소리로
"레이스!"
하고는 노란색 칩 둘을 밀어 넣고 노란색 칩 넷을 더 밀어 넣었다. 반백의 남자가 깡마른 남자 앞에 놓여있는 카드를 뚫어지게 내려다보더니 깡마른 남자의 오픈카드에는 제각기 다른 무늬와 제각기 다른 숫자 세장만이 놓여있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끙!''하는 신음 같은 한숨을 내쉬고는 노란색 칩 넷을 내던졌다. 키 작은 남자도 다시 들릴 듯 말듯 한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노란색 칩 넷을 내던졌다. 종원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은 노란색 칩 넷을 밀어 넣었다. 마동식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노란색 칩 넷을 내던졌다. 다시 6번 째 카드가 나뉘어졌다. 종원의 오픈카드로 9크로버가 떨어졌고 반백의 남자의 오픈카드에는 하트무늬가 두 장 나란히 붙었다. 키 작은 남자의 오픈카드는 스트레이트의 모양을 갖추었고 마동식의 카드에는 크로버7이 떨어져 오픈카드의 스페이드7과 원피가 되었다. 깡마른 남자의 카드는 여전히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는 제각기 다른 무늬와 숫자들이 놓여있는 카드였다. 마동식이 보스가 되었다. 마동식은 아무생각도도 없는 듯한 표정으로 빨간색 칩 하나를 내던지고 턱을 괴었다. 두 번째 순서가 된 깡마른 남자는 다시
"레이스!"
하고는 빨간색 칩 둘을 내밀었다. 종원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은 채 잠시 눈을 껌벅이고는 빨간색 칩 셋을 밀어 넣었다. 순간 깡마른 남자의 얼굴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사라졌고 종원의 뒤에 서있던 봉주는 헛기침을 했다. 반백의 남자는 다시 낑낑거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빨간색 칩 셋을 내던졌다. 키 작은 남자도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웅얼거리더니 빨간색 칩 셋을 밀어 넣었다. 마동식은 턱을 괸 채 그런 네 사람의 표정들을 살피고 있더니 턱을 괴고 있던 손을 풀고
"레이스!"
하고는 빨간색 칩 둘을 밀어 넣고 다시 넷을 더 밀어 넣은 후 고개를 떨군 채 팔짱을 끼고 몸을 기울여 의자등받이에 기댔다. 종원은 마동식이 고개를  떨군 척 하면서도 네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깡마른 남자는 마동식이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빨간색 칩 넷을 밀어 넣었다. 종원은 난감했다. 세형에게서 송금 받아 칩으로 교환한 오백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이정도의 돈이면 자신의 카드실력으로 카드게임을 즐기며 기회를 만들어 낼 충분한 돈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종원이 지레짐작했던 것과는 달리 자신의 돈 정도는 단 한판에 올인 될 정도로 판은 컸다. 그렇다고 지금 카드를 꺾을 수도 없었다. 자신의 카드는 K5 풀하우스였고 이 카드면 이번 판에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또 아직 한 장의 카드가 더 남아있기 때문에 K 포카드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우스의 룰은 엄격해서 테이블위에 올려져 있는 칩 이외에는 절대로 베팅을 할 수 없었다.
"올인입니다."
종원은 남아있던 빨간색과 노란색 칩들을 모두 다른 한곳으로 밀어놓았다.
"새 손님 들어오자마자 첫인사 톡톡히 치르는구만."
반백의 남자가 흘낏 종원을 보고 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자신의 카드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더니
"그래. 가자!"
하고 빨간색 칩 넷을 밀어 넣었다. 키 작은 남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손가락으로 안경테를 밀어 올리며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거친 손동작으로 자신의 카드를 덮었다. 마지막카드가 나뉘어졌다. 종원은 카드를 보지 않았다. 이길 수 있는 판이라면 K5 풀하우스만으로도 충분했다. 마동식과 키 작은 남자가 마지막카드를 손에 들고 다른 카드에 끼워 넣어 쪼여보는 중에도 깡마른 남자는 종원처럼 카드를 보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