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식은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카드를 내려놓고 다시 팔짱을 끼고 의자등받이로 몸을 기울였다. 순간 반백의 남자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스쳤다. 반백의 남자는 다시 카드를 내려놓고 마동식이 베팅을 하기를 기다렸다. 마동식은 빨간색 칩 둘을 집어 들어 던져놓았고 깡마른 남자는 마지막 카드도 보지 않은 채 빨간색 칩 넷을 밀어 넣었다.
"메이드다 이거구만."
반백의 남자가 들릴 듯 말듯 중얼거렸다. 종원은 두 손을 펼쳐 보이며 다시 올인 임을 표시했다. 반백의 남자가 다시 자신의 카드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더니
"그래. 콜만 하지."
하고 빨간색 칩 넷을 밀어 넣었다. 팔짱을 끼고 있던 마동식이
"레이스!"
하고 음울한 목소리로
"넷 받고..."
하며 빨간색 칩 넷을 밀어 넣고 다시 빨간색 칩 여덟을 밀어 넣었다. 깡마른 남자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빨간색 칩 여덟을 밀어 넣었다. 종원은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결코 작은 판이 아니었다. 하마터면 욕설이 튀어나올 뻔 했다. 종원은 흘낏 자신의 뒤에 서있는 봉주를 보았다. 봉주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종원은 입구 쪽의 테이블로 시선을 돌렸다. 입구 쪽의 테이블 위 한가운데에도 빨간색 칩과 노란색 칩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죽겠구만 정말...."
반백의 남자가 다시 ''끙!''하는 신음 같은 한숨을 내쉬며 끙끙거리다가
"도대체 뭣들 들고 이러는 거야?"
하자
"중계방송하지 말고 그냥 레이스만 하자니까."
하고 마동식이 찌푸린 표정을 지어보이며 목소리의 톤을 높였다. 반백의 남자가 그런 마동식을 흘낏 보고
"아! 혼잣말도 못해?"
하고는
"그래. 콜이다!"
하고 빨간색 넷을 내던졌다.
"어디 레이스 끝났으니까 패들 까봐. 어디 좀 보자고 얼마나 잘들 들었기에 줄 메이드를 레이스로 죽인 거야?"
하고 키 작은 남자가 넷을 보며 소리를 높였다.
"올인부터 까봐야지."
반백의 남자가 종원을 바라보았다. 종원은 손을 뻗어 마지막에 받은 카드를 펼쳤다. 크로버 A였다. 종원은 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모든 카드를 오픈했다.
"뭐야? 카타였잖아?"
반백의 남자가 종원의 카드가 K5 풀하우스인 것을 확인해내고는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카드를 한 장씩 펼쳐 내던지며 소리를 높였다. 반백의 남자의 카드는 Q 하트플래시였다. 순간 마동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마반장 패는 뭐요?"
키 작은 남자가 다시 마동식의 카드로 손을 뻗었다. 마동식이 그 손을 붙잡으려했지만 키 작은 사내의 동작이 더 빨랐다. 마동식의 카드 7풀하우스였다.
"7집이네?"
키 작은 남자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새 손님은 5구째부터 카타잡고 시작했었네?"
반백의 남자가 감탄하듯 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올려놓은 돈이 적어서 더 베팅 못 한 거네? 더 치고 나왔으면 신세조질 뻔 했었구만?"
하고 오히려 안도의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런지도 모르고 줄 메이드로 따라가려고 했었으니..."
하며 키 작은 남자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그나저나 마반장 안됐네. 집잡기가 어디 쉬운 거여? 하필이면 카집 잡을 때 같이 잡을 게 뭐여?"
하고는 혀를 찼다. 마동식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조선생 패는 뭐여? 포카라도 되는 거여?"
하고 반백의 남자가 깡마른 남자를 보며 묻자 모두의 시선이 깡마른 남자에게 쏠렸다. 그러나 이미 깡마른 남자의 카드는 테이블 위에 펼쳐져있던 다른 카드들 속으로 뒤섞여져 버린 후였다.
"어? 벌써 섞어버린 거요?"
반백의 남자가 물었다. 깡마른 남자는 그저 알 수없는 미소를 지어보이고 흘낏 종원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