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제 조용히 정리를 하고 뜨는 거야."
마동식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규태란 놈처럼 아예 이 나라를 떠버릴까?"
하더니
"그래. 그러지 뭐. 이런 거지같은 나라에 무슨 미련 남을 것이 있다고. 그래. 가자!"
하고 스스로 흡족해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는 물고 있던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훅!''하고 담배연기를 뱉어냈다. 그때 피자포장을 든 형사하나가 다가오며
"피자 배달시켰었어요?"
하고 물었다. 마동식이 흘낏 고개를 들며 
"피자...?"
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어자 형사는
"반장님 앞으로 피자배달 왔는데요?"
하면서 들고 있던 피자포장을 내려놓았다.
"누가 반장님 앞으로 피자를 보낸 모양이네? 반장님 여자 생겼어요?"
하고 다른 형사하나가 히죽거리며 거들었다. 마동식은 천천히 몸을 기울여  피자포장을 뜯어 살펴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 피자 느끼해서 싫어하는 거 잘 알잖아? 자네들 갖다먹어."
"보낸 사람이 알면 섭섭해 하겠어요."
다른 형사가 여전히 히죽거리며 말했다.
"나한테 피자 보낼 사람이 어딨어? 자네들 중에 누군가가 장난치는 거겠지."
"누구든지 간에 이런 장난 자주했으면 좋겠네요. 덕분에 우리가 잘 먹게요."
피자포장을 들고 왔던 형사가 말하자 히죽대던 다른 형사가
"정말 안 드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느끼해서 싫다니까?"
마동식이 짜증 투로 내뱉자 그런 마동식의 표정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하던 두 형사는
"그럼 우리가 대신해서 잘 먹겠습니다."
하고는 피자 포장을 들고 가버렸고 마동식은 그들의 뒷모습을 멀건이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마동식의 책상에 놓여있던 전화기가 요란스레 울려댔다. 마동식은 습관인 고개를 딱딱 꺾어 어깨를 으쓱하는 몸짓을 해보이더니 수화기를 들고
"예. 수사괍니다."
하며 몸을 기울여 책상에 팔을 괴고 앉았다.
"피자 잘 받았습니까?"
하고 전화기를 통해 비아냥투의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마동식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졌다.
"누구십니까?"
마동식이 언짢은 투로 물었다. 그러나 상대는 대답대신
"지금 피자 드시고 계십니까?"
하고 되물었다. 마동식이
"이봐요. 여기가 어딘지 알아? 그리고 나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에요. 장난치지 말아요."
하고 목소리에 잔뜩 힘을 넣자 상대는 다시
"거기가 수사3과이고 지금 전화 받으시는 분이 마동식반장님이라는 거 잘 압니다."
했다. 순간 마동식이 긴장의 표정을 지었다. 상대는 마치 그런 마동식의 심중변화를 읽고 있기나 한다는 듯이 
"왜? 긴장되십니까?"
했다. 마동식이 잠시 뜸을 들이고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누구신데 이런 장난 전화를 하십니까?"
하는데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닙니다."
하고 쇳소리 같은 날카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마동식은 다시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한동안 눈을 깜박이며 망연히 수화기를 들고만 있었다. 상대도 한동안 말이 없더니
"혹시 갱영화 자주보십니까?"
하고 물어왔다. 마동식이 긴장과 의혹이 가득 찬 음성으로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했다. 상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태리갱단을 배경으로 한 갱영화에서는 말이죠. 상대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뜻으로 생선을 포장해서 보내죠. 가끔은 머릴 잘라낸 채로 말입니다. 피자를 보낸 영화도 있긴 했었습니다. 피자와 원격 조정 장치에 의해 폭파되게 조정되어있는 폭탄을 함께 포장해서 말입니다."
상대의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마동식은 내던지 듯 황급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조사실 밖으로 뛰쳐나가며
"조심해! 폭탄이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