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식이 소리를 질러대며 뛰쳐나오자 둘러서서 피자를 나눠먹고 있던 형사들은 물론 피의자들을 조사하고 있던 형사들과 제각기의 업무에 열중이던 형사들이 일제히 뻥-하는 표정들로 마동식을 바라보았다.
"폭탄이라뇨? 무슨 소립니까?"
피자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있던 형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며 물었다. 마동식은 대답대신 조각난 피자들과 포장지를 이리저리 들춰보며
"폭탄이라구... 원격조정장치가 되어있는..."
했다. 다른 형사도 히죽 웃으며
"맛만 좋은데 무슨 엉뚱한 소리에요?"
하며 마동식이 들쑤셔 댄 조각 하나를 다시 집어 들었다.
"괜히 안 드시겠다고 하시곤 저희끼리만 먹으니까 심통나신 것 아니에요?"
아랫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다른 형사가 거들었다. 마동식은 맥 풀린 표정을 짓다가 습관인 고개를 딱딱 꺾어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몸짓을 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어떤 놈이야?"
마동식은 자리에 앉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누군가의 장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버리고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겨버리기엔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가 수사3과이고 지금 전화 받으시는 분이 마동식반장님이라는 거 잘 압니다."
상대는 자신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닙니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던 쇳소리 같이 날카로운 남자의 음성을 기억해냈다.
"누구야?"
마동식은 다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자신이 연루 된 크고 작은 비리사건을 내사하고 있다는 감찰반의 누군가가 미리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닐까하고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원... 영화도 아니고..."
마동식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황당한 상상이라는 듯 멋쩍어 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누굴까?"
마동식은 다시 이따위 어처구니없는 장난 짓을 할 만한 사람이 누굴까 생각해내려 애를 쓰다가 한순간 온몸이 짜릿해지며 닭살이 돋아나는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
"혹시 김규태하고..."
하며 규태를 생각해내고는 굳은 얼굴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김규태는 이미 죽었어. 그러니 김규태의 짓은 아닐 테고... 놈의 애인인 조영숙이란 여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게 틀림없었어."
가뜩이나 작은 마동식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렀다.
"그렇다면 김규태란 놈과 한패였던 놈 중에 누군가의 짓일지도 모른다..."
하는 생각을 하다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만약에 규태란 놈이 누군가에게 자신과의 밀약과 거래내용을 말했다면..."
하고는 
"그래.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또 누군가가 이 일을 알고 있어."
하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습관인 고개를 딱딱 꺾어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몸짓을 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둘러서서 피자들을 나눠먹던 형사들이 손과 입들을 닦아내며 피자포장을 치워내고 있다가 마동식이 다시 나오는 것을 보고 멋쩍은 미소들을 지어보였다. 피자포장을 들고 왔던 형사가 고개를 까딱하며
"반장님!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하고 인사를 건네자
"이런 기회 자주 있었으면 좋겠네요."
하고 히죽거리던 형사가 거들었다. 아랫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다른 형사가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아내며
"다음에는 한 판 더 있었으면 좋겠네요. 입맛만 살려놓고 양이 따라주질 않으니 좀 뭐하네요?"
하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히죽 웃어보였다. 마동식은 그들을 흘낏 한번 쳐다보고는 대꾸도 없이 허둥대는 걸음으로 수사과를 빠져나갔고 형사들은 그런 마동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수사과를 빠져나와 허둥대는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가는 마동식의 귓가에 다시 쇳소리 같은 남자의 전화음성이 들려왔다.
"혹시 갱영화 자주보십니까? 이태리갱단을 배경으로 한 갱영화에서는 말이죠. 상대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뜻으로 생선을 포장해서 보내죠. 가끔은 머릴 잘라낸 채로 말입니다. 피자를 보낸 영화도 있긴 했었습니다. 피자와 원격 조정 장치에 의해 폭파되게 조정되어있는 폭탄을 함께 포장해서 말입니다."
종원과 마동식의 악연은 그렇게 전화통화로부터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