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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산업 발전 위해 정부 지원·문화적 접근·역사적 고증 필요 역설
승마산업 현장 목소리 들려주고자 승마장 견학 아카데미 구상 밝혀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류태정 대표의 ‘말 인연’은 미약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부친의 소 목장에 일을 도우러 왔다가 ‘유망 사업’이라 보고 말을 선택, 겨우 5마리로 말 목장을 시작한 것. 초지에 경주마를 키우고 국내외 승마장, 목장을 다니며 말을 배우면서 함께한 일이 벌서 18년째다.
이제는 ‘승마장궁평캠프’, ‘휴양소궁평목장’ 하면 누구나 다 알아주는 곳으로 성장했지만, 초기 10년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사료값 조차 내지 못해 땅까지 처분하는 등 힘든 과정을 겪었다. 류태정 대표는 “뼈를 깎는 고통, 아픔의 시간이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이후 류 대표는 경주마 휴양소로 위탁관리를 하고 승마장을 시작했지만 사업적으로 말을 접근하기보다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며 인내를 배우고 고비를 극복,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본지 말산업저널은 류태정 대표를 만나 현재 국내 말산업과 승마산업의 문제, 당면과제,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묻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 전국민말사랑운동이 한창이다. 승마장궁평캠프는 고객 복지와 안전 중심 승마장으로 유명한데 만족도 조사 결과는 신통찮았다. 연말에 만족도 조사를 통해 우수승마장을 가린다는 데 신빙성 문제도 지적된다.
“전국민말사랑운동으로 궁평캠프를 찾는 분들께 일반 회원과 차별 없이 똑같은 대우와 레슨을 제공한다. 기승 시간도 현실화했고 교관들의 적극적 지도 아래 안정성을 최우선한 질 높은 수업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반인 승마교실에 참가한 분들이 가족을 데리고 다시 찾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만족도 조사 방식인 것 같다. 고객들이 일하는 바쁜 시간대에 전화가 와서 길게 통화를 못 하기에 성의 있는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 승마산업계가 여전히 어렵다. 현장에서 본 근본 문제는 무엇이라고 진단하시는지.
“말산업과 승마산업계에 대한 전망이 너무 ‘미래지향적’이다. 현실과 현장의 모습이 투영된 미래 발전상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산업적 측면만 강조하면 중간에서 희생하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말산업 활성을 위한 실질적 방법에 대한 정부의 희생과 역할이 중요하다.”
- 현장 목소리와 모습 투영을 통한 미래 발전상 제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할까.
“미래만 강조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무작정 투자만 한다. 최근 유명 승마장조차 경영난 때문에 속속 문을 닫고 있는 등 암울한 뒷모습을 보지 못하고 투자만 하면 안 된다. 나중에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부작용이 날지 걱정이다. 말은 자동차처럼 불 끄고 시동을 끄는 게 전부가 아니다. 말을 키우는 데는 사람 손이 타기 마련이라 과정 비용이 매우 크며, 수익으로 만들기까지 보통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 실질적 이익 창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 말산업이 발전하려면 어떤 방향,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말산업이 올바르게 가려면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크다고 본다. 소나 돼지, 닭 등 전염성 강한 축종에 대한 대체산업으로서 말산업을 외쳐서도 안 된다. 또 산업적 육성에만 중점을 둬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말산업은 문화적으로 접근하고, 역사적으로 고증이 필요한 분야다. 또 엘리트 승마대회 등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선수를 육성하고 말 지원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
류태정 대표는 다섯 살 때부터 말을 탄 큰아들이 있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으로 최근 대통령배 장애물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고등학생 선수 가운데 톱랭킹을 달리며 두각을 나타낸 류은식 선수(송산고등학교)가 바로 그다.
- 국내 엘리트 승마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
“선수들이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원이 필요하다. 승마대회의 격을 높여 좋은 선수를 양성하고 경기에 뛸 수 있는 좋은 말을 생산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 이에 걸맞는 사양 관리와 유지가 따라줘야 한다.”
- 평소 ‘승마를 통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고 밝혔었다. 승마장궁평캠프는 일본의 크레인 승마장처럼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 본다. 앞으로의 방향은.
“일본 크레인 승마장을 롤모델로 삼아 국내에서도 승마산업의 거점 센터를 만들고 싶다. 승마 활성화를 시키고 지점 형식의 승마장, 선진화된 승마장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승마로 삶을 누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
인터뷰 말미에 류태정 대표는 “승마산업의 현실을 모르고 뛰어드는 사람들은 말과 사람, 돈 때문에 힘들 것”이라고 했다. 말을 교육해서 회원에게 태우기까지의 과정, 직원들과 하나돼 승마장을 운영하는 과정, 시설 유지 보수부터 축사 관리의 어려움 등을 일일이 겪어 봤기에 그 고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승마를 통한 건강한 사회 구현이라는 목적이 있기에, 또 류 대표 스스로 말과 18년을 함께하며 그 ‘뼈를 깎는 아픔’을 직접 겪었기에 돈 된다고 무작정 승마장을 하려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것. 그래서일까. 류태정 대표는 승마장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견학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사전에 예약 후 승마장궁평캠프의 전 시설을 가감 없이 다 보여주고 무료로 승마장 경영 및 건설 컨설팅까지 해 주겠다는 것.
“승마장 운영을 막 시작한 분들은 어느 정도 말을 탄 분들로 주변 사람들의 권유나 이야기만을 듣고 시작한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크다. 승마장을 짓기 전에 현장의 모습을 많이 보고 들을 필요가 있다.”
◈ 승마장 궁평캠프 (류태정 대표)
주소 :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 376-6
전화번호 : 031-357-7181
홈페이지 www.gpca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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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