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원이 다시 오상구의 하우스로 돌아와 방안으로 들어서자 청년들이 종원에게 허리를 굽혔고 복층의 위층 소파에 앉아 아래쪽을 내려다보던 오상구가 종원에게 올라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닥해보였다. 위층에는 오상구와 봉주만이 있었다.
“다녀왔소?”
봉주가 눈인사를 했다. 종원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봉주 곁에 앉았다. 오상구는 몸을 돌려 서랍장 위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 들어 종원에게 내밀어 보였다.
“이거 네 것 맞아?”
그날 밤, 규태가 돈가방을 실은 차를 운전했을 때, 차의 조수석에 아무렇게나 내던져놓은 후 규태와 나란히 서서 바닷가를 향해 소변을 보던 종원이 미처 소변을 다 보기도 전에 규태가 차를 몰고 달아나버리는 바람에 차와 함께 없어져버렸던 핸드폰이었다.
“이거 어디서 났어요?”
종원이 핸드폰을 받아들며 물었다.
“마반장놈이 가져왔어.”
오상구는 짧게 대답했다. 종원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건네 준 것은 제 놈 방에서 돈가방을 꺼내간 사람이 종원형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뜻 아니겄소?”
봉주가 말했다.
“이걸 건네주면서 다른 말은 없었어요?”
종원이 물었다. 오상구는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만 있다가
“한번 만나자고 하더라. 전화 기다리겠다고.”
했다. 종원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만나죠.”
하고 짧게 대답했다. 오상구는 다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이미 돈가방이 저쪽으로 되돌아간 것도 알아냈을 테니 어차피 돈가방에 대한 미련은 없을 테고 놈도 일이 커지는 걸 원치 않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니 내말?”
했다. 곁에 앉아 둘을 머쓱히 보고 있던 봉주가
“그랑께 우리가 제 놈 방에 숨겨두었던 이러저러한 것들을 까발려버리면 제 놈도 입장 곤란해질텡께 서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자는 것 아니겄소?”
하고 거들었다. 오상구는 다시
“놈이 네 핸드폰 통화내역을 조회해서 가지고 있는 모양이더라. 괜히 이리저리 쑤시고 다니면 회사에도 득 될게 없으니까 만나서 잘 타협해봐. 놈이 그 돈에 미련이 남아서 얼마라도 요구를 해오면 명석형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그리 알고.”
했다. 종원은
“알았어요.”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상구는 다시 몸을 돌려 서랍장 위에 놓여 있던 메모지를 접어들어 종원에게 건네며
“마반장놈 핸드폰번호다. 어쩌면 지금 이 근처에 있을지도 몰라.”
했다. 종원은 메모를 받아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방을 나섰다.
오상구의 예상대로 마동식은 오피스텔에 있었다. 종원이 전화를 걸자 마동식은 대뜸
“나 지금 15층에 있어.”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종원은 15층으로 올라가 1538호 앞에 서서 벨을 눌렀다.
“열려있어!”
하는 마동식의 음성이 들려왔다. 종원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마동식은 거만스런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 문채 구석진 곳에 놓여있는 기다란 테이블 앞에 앉아, 들어서는 종원을 바라만보고 있었다. 종원이 다가서자 마동식은 담뱃재를 한번 털고 다시 담배를 꼬나물고는 팔짱을 하며 의자등받이로 몸을 젖혔다.
“네놈일줄 알았지.”
종원은 무표정하게 마동식을 내려다보았다. 마동식은 턱으로 테이블 끝에 놓여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종원은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나 형사생활 삼십년 가까이 해왔는데... 너 같은 놈은 첨이야.”
마동식이 담배를 꼬나문 채 종원을 뚫어지게 보았다. 종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마동식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종원의 그런 태도에 마동식은 애써 참고 있던 화가 치솟아 오르는지 담배를 휙 비벼 끄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윗옷을 벗어 재치며
“이자식아! 내가 누군지 알아? 어디서 시건방을 떨고 있어?”
하며 소리를 높였다. 종원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마동식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종원을 내려보던 마동식은 더욱 골이 난 얼굴로
“이 개자식 쌍통을 콱 뭉개버릴까보다!”
하고는 씩씩대며 성큼 종원에게 다가섰다. 종원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서는 마동식을 올려다보고 있다가 마동식이 손을 뻗어 자신의 멱살을 움켜쥐려는 순간 그 손이 채 닫기도 전에 그의 볼록 튀어나온 배를 향해 왼발을 내뻗었다.